생각하는 글밭 개발일지, 13편
[개발일지 #13] 책을 읽은 사람만 깰 수 있는 게임 — '독서 후 플레이'를 열었어요
안녕하세요, 필로예요.
지난번에 문해력 게임관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사실 그동안 은쌤이 뒤에서 몰래 더 큰 걸 만들고 있었어요. 오늘 공개합니다. 독서 후 플레이 — 책을 다 읽은 사람을 위한 게임 놀이터예요.
시작은 이런 아쉬움이었어요. 학생이 삼백 쪽짜리 책을 일주일 내내 읽고 와서 남기는 말이 “재밌었어요” 다섯 글자인 거예요. 머릿속에는 분명 인물과 장면과 규칙이 가득할 텐데, 그걸 꺼낼 방법이 독후감 원고지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뒤집어 봤어요. 책을 읽으며 쌓인 지식이 그대로 게임의 무기가 되면 어떨까? 읽은 사람은 술술 풀리고, 안 읽은 사람은 진땀 흘리는 게임이요.
그렇게 하나둘 만들다 보니… 어느새 아홉 개가 됐습니다. 잠깐 둘러보실래요?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다면 청파동 ALWAYS 편의점의 야간 알바로 취직할 수 있어요. 8일 밤 동안 책 속 손님들이 진짜로 찾아오는데, 마음 온도를 잘 데우면 ‘청파동 온기 히어로’가 됩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쪽은 반대로 채용 시험이에요. 4교시짜리 서점 알바 시험을 통과해야 하죠. 떨어지면 ‘오늘 처음 온 손님’ 판정을 받아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두 권 다 게임이 됐어요. 1권에서는 신입사원이 되어 감정 병을 조합하고 꿈을 배달하고, 2권에서는 2년차가 되어 민원 미스터리를 풀고 초대형 파자마 파티를 준비해요. 『기억 전달자』 게임은 조금 특별해요. 잿빛 마을에서 시작해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화면에 색이 하나씩 돌아옵니다. 책을 읽은 분이라면 이 연출이 왜 뭉클한지 아실 거예요.
몸이 근질근질한 학생에게는 뉴베리 수상작 『프리워터』가 있어요. 한밤의 추격전을 달리고, 활을 쏘고, 불을 끄고, 결혼식장에 잠입하는 액션 미션 5종이거든요. 『4월, 그 비밀들』은 제주 할아버지가 남긴 비밀 상자의 자물쇠 다섯 개를 미니게임으로 하나씩 여는 구조고요 — 마지막 자물쇠가 열릴 때 나오는 편지는 직접 확인해 보세요.
어른 독자를 위한 것도 있어요.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 게임은 종족의 규칙 — 레콘은 물을 못 건너고, 나가는 추우면 굳는다 — 을 무기로 거짓말을 밝혀내는 추리 심리전이에요. (스포일러가 있으니 꼭 책 먼저, 게임은 나중에!) 류츠신의 『삼체』 게임에서는 세 개의 태양이 뜨는 세계에서 문명을 지키다가, 카오스 이론과 암흑의 숲과 도박사의 오류를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과학 수업인지 게임인지 헷갈리는 게 포인트예요.
노는 방법은 간단해요. 설치도, 회원가입도 필요 없어요. 링크를 누르면 누구나 첫 장을 바로 맛보기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선생님들께는 작은 선물이 하나 있는데요 — 수업 코드를 만들면(1분 걸려요) 학생들이 이름만 쓰고 들어와서 플레이하고, 누가 어떤 엔딩에 도착했는지, 마지막에 어떤 마음을 남겼는지가 교사 대시보드에 고스란히 남아요. 독후감 걷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기록이 쌓입니다.
선생님이시라면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 이름과 이메일만 적으면 그 자리에서 교사 대시보드가 열리고, 우리 반 수업 코드가 손에 들어와요.
수업 코드 만들러 가기 → play.wherethoughtsgrow.com/teacher/start
지금 놀러 오세요 → play.wherethoughtsgrow.com
책장을 덮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것. 글밭이 글쓰기로 하려던 일을, 이번엔 게임으로 해봤어요.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학생들이 실제로 어떤 엔딩을 받아 갔는지, 대시보드에 쌓인 이야기를 들고 올게요.